시. 길가의 목련(외3수)
发布时间:21-09-03 08:51  发布人:金昌永    关键词:   

 

길가의 목련(외3수)

 

홍연숙

1

 

딱딱한 바닥에 무릎 꿇고

오래동안 기도하며

무엇때문에 기도하는지 모르고

태여나니 그 자세였어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2

 

하늘이시여

하늘은 한번도 굽어보지 않고

올려다보며 끝없는 하늘만 따라가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모르고

뒤돌아 본 적 없고

멈출 수 없고

 

교과서의 가르침대로 싸워서

이겨야 했고

죽여야 했고

살아 남아야 했어

 

인생은 한방이라고

순간에 피였고

 

이렇게 잠간인 줄 알았더라면

꿈도 꾸지 않았을 텐데

밀리고 밟히고 죽어나간 얼굴들이 자꾸만 찾아와 괴롭히지 않았을 텐데

 

툭~

비명도 지를 새 없이

꼰지박히며

 

 

3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죽기살기로 오르는 것들이

어차피 꼰드라질 것들이

누렇게 병 들어

병원의 쪽문만 내내 쳐다보다가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숨져 갈 것들이

 

고고한 순백은 몸 안에 머물지 못하고

말라서 갈색으로 부서져 흩어지고

인사불성이 되여

느슨한 괄약근 사이로

헛 소리들만 지저분하게 새어

밟히고 쓸리고 사라져가는 허명들이

 

길가에 

발톱을 세운 목련이

 

 

한알의 사과

 

이 가을에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물이 가득 찰 만큼

사과가 익었다

 

사과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으리라

 

한입 물리고 씹히고도 모자라

질식할 정도로 부패되여

똥이 되여가는 그 고통만큼

사과는 익었다

 

개 돼지 소 닭이 지르는 똥을

알몸으로 다 받아 들이고

거름은 원래 썩은 내 난다며

견뎌온 사과는

상큼하게 익었다

 

아프리카의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우리 잘못이냐고

분쟁으로 고립된 난민들의 아픔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냐며

전쟁으로 강간당하는 녀자들의 고통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아버지가 일궈 놓은 땅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단물만 빨아 들인 사과는

보기좋게 익었다

 

크게 한입 물다가 꿈틀대는 삼시충에

기절 할 만큼

 

 

단풍구경

 

단풍놀이 끝나고

우수수 쓸려오는 낙엽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식당으로 들이 닥친다

 

허구 헌 날 밥 푸며 밥벌이 하는데

밥 한 때 먹기가 이렇게 버거워서야

밥 떠 놓고 앉았다 섰다

왔다 갔다

 

먹어치우기의 단순함이

미련하게 피와 살을 녹이고

후줄근히 젖은 옷이 의자에 쓰러진다

 

하늘이 설핏 거리고

구름이 언뜰 하더니

뉴스 하나 없는 먹통인 테레비에

가을을 구겨넣고 활활 태운다

불 붙은 나무들이 머리채 흔들며 쌍둥이 호수로 뛰여든다

 

밥 먹자

 

젖은 옷이 소슬소슬 일어나

단풍잎들이 사르르 쏟아지고

밥 맛이 익어가며

가을 향이 넘친다

 

 

쓰레기

 

소설가는 쓰레기로 되는 중이다

밑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 없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소설가는

구린내나는 구뎅이만 파고 다니며

왕창 썩어 갈 거다

 

쓰레기속에는

부자들이 돈 때문에 싸우거나

시인이 미투에 걸리거나

녀교사가 미성년자를 추행하는

냄새가 완전 수준급이다

 

소설가는 더 깊이 썩어 들어가

부자는 재산을 지키는 어려움이 있고

시인은 자유를 선호하고

녀교사는 사랑이 넘친 거라며

 

쓰레기는 사회발전의 산물이라고

쓸고 쓸어도 자꾸만 생기는 거라고

 

내조의 녀왕 엄마도 늦 바람에 집 나가고

기업의 제왕 아버지도 횡령죄로 감옥으로 가고  

친 형제도 푼 돈에 개 처럼 물고 뜯고 싸운다고

 

털면 다 나온다는데

목사도 대통령도 피할 수 없다는데

 

너도 한번 털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