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가무분공일람표
发布时间:21-02-19 10:28  发布人:金卓    关键词:   

단편소설

          

가무분공일람표

         (철령) 박병대

  영훈이와 정숙이는 한창 꿀이 흐르는 밀월이다. 퇴근하고 보금자리에 돌아오면 두사람은 가무일에 돌아친다. 영훈이가 주방에 들어서면 정숙이도 뽀르르 따라오고 정숙이가 비자루를 들면 영훈이는 자루걸레를 든다. 손톱만한 일에도 두사람이 함께 비벼대니 재미는 좋지만 일은 잘 축나지 않았다. 어느날 정숙이가 남편을 보고 한가지 제의를 했다.

 “여보, 우리 가무를 보다 효과있게 하기 위해 이제부터 가무분공을 하자요.”

 “왜? 내가 할 일을 안했다고 그러는 거야?”

 “ 아니, 그런게 아니구요. 깨알만한 일에도 두 사람이 일떠나 마구 덤비니 효률도 안나고 시간만 랑비하니까 말이예요.”

 “그까짓 가무 나혼자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당신은 그동안 편안히 책이나 읽으라구.”

 “자기만 일하는걸 보고 글이 머리속에 들어오겠나요? 딴 말 말고 제말대로 우리 가무분공을 짜고나서 일람표대로 저마다 자기가 맡은 일만 하자요.”

 “그거 참 기발한 제안이네. 그럼 아침저녁에 밥짓기와 설거지는 내가 전적으로 맡겠소이다.” 영훈이는 정숙이가 무남독녀로 자라 일찍 집떠나 공부했으니 주방일에는 장님 서울가기나 비슷하다 여기고 그녀가 가장 두려워할 주방일을 자청했다.

 “고미워요. 그럼 나는  빨래하고 집안청소하는 일을 맡을래요.”

 “가무일이 꽤 많을텐데 그담엔 뭐가 있지?  옳지 그렇지. 채소 사들이는 일은 내가 퇴근전후로 맡으면 되겠군.”

  영훈이가 자기가 할 다른 일을 찾자 정숙이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평형을 잡았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아예 “가무분공일람표”를 만들어서 상장처럼 안방의 정면에 버젓이 내걸었다. 각자가 자기몫만 하니 누가 누구 눈치 볼 일도 없고 눈곱만한 일에 두사람이 비비적거리는 폐단도 없어졌다.

  어느덧 일년동안 꿀이 흘러갔다. 시가와 친정의 어른들이 그렇게 바라던 손군이 태여났다. 어린 보배 성실이를 돌보기 위해 사돈량가의 안주인들이 바람결같이 달려왔다. 젊은 부부는 두 사람만의 비밀인 가무분공일람표를 어른들이 오기전에 살그머니 떼다가 책장속에 감추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일분공도 묘하게 그들 량주가 하던대로 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산후구안과 음식장만을 맡았고 친정어머니는 외손자를 돌보고 기저귀를 빠는데 정력을 몰부었다. 집안에는 어린 생명의 존재를 알리는 울음소리,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일년이 지나자 두 사람의 어머니들이 시골로 돌아갔다. 그들에게는 출퇴근할 때 애를 탁아소에 맡겼다 데려오고 애의 먹이를 사들이고 보살피는 일련의 시끄러운 일이 생겼다. 그들은 의논하여 책장안에서 잠자던 가무분공일람표를 꺼내 내용을 일부 보충하여 다시 벽에 걸어놓고 가무일을 시작했다.

  어느날 토요일날 저녁무렵에 영훈이가 주방에서 전기가마에 쌀을 안쳐놓고 채소를 썰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영훈이가 문밖을 내다보니 이게 웬 일인가? 아버지께서 기별도 없이 찾아오셨다. 영훈이는 미처 앞치마도 벗지 못한 채 아버지를 맞아들였다.

 “훈아, 이게 무신 꼬락서니냐? 니 처는 어디 가고 니가 이러고 있나?”

 “아버지, 집사람은 동창모임에 갔길래 제가 저녁을 짓는 중이예요. 시내에서 맞벌이부부들은 엄격한 분공이 없어요. 누가 집에 먼저 돌아오면 밥을 짓는데요.”

  아들의 변명은 듣는둥만둥 방안을 둘러보던 령감의 눈길이 벽에 걸려있는 가무분공일람표에 못박혔다가 어이가 없는듯 한마디 내뱉았다.

 “이눔아, 뭐이 어쩌구 어째? 가무에 분공이 없다구? 귀신이나 속이지 나는 못속인다. 니가 밥짓고 설거지까지 맡았다고 저기에 똑똑히 적혀있는대두 무신 변명이야?”

 “아버지, 잘못봤어요. 밥짓는 일은 을인 집사람 몫이예요.”

 “응,그래?” 아버지는 잠시 딴말씀이 없다가 일어서더니 방범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문구팀 로인들한테 잠시 어딜 다녀오겠다 했는데  가봐야겠다.”

  하버지는 하루밤 쉬고가시리는 아들의 만류도 마이동풍하고 휭하니 집을 나섰다. 영훈이는 긴장이 풀려 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였다. 그는 가무분공일람표를 짤 때 안주인인 안해를 갑으로 하고 자기를 을로 정한 것이 봉건통 아버지를 속이는데 한몫 했다고 은근히 기뻐하였다.

  일년동안 가무에 손대잖다가 새로 시작하니 생소한 일을 하듯 손발이 서툴었다. 게다가 아침저녁으로 성실이를 보살피자니 시끄러움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그들은 저희들이 늙는 것은 잊고 세월이 빨리 흐를 것만 바랐다.

  눈코뜰 새없이 바삐 도는 꽃나이의 30대도 어느새 지나가고 성숙의 가을이 찾아왔다. 영훈이는 회사사장과 동사들의 신임을 받아 부과장에 발탁되였다. 그리하여 영업관계로 종종 손님들을 접대하다나니 제시에 퇴근할 수 없었고  어두워서 귀가할 때도 종종 있었다. 영훈이는 약속을 못지켜 안해한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느날 영훈이는 요행 손님접대에서 벗어나 퇴근하자마자 달음박질하듯 집에 돌아왔다. 오늘은 음식을 잘 장만해서 안해한테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가 방문을 여니 반갑게 맞아준 것은 향기로운 반찬냄새였다.

 “오늘 회사에 손님이 왔다면서 어떻게 오셨나요?" 반기는 안해의 물음에 영훈이는 딴전을 쳤다.

 “래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보오. 오래만에 당신이 손재주를 보여줬구먼. 나는 당신이 내가 안올 줄 알고 빵과 김치로 끼니를 떼우는줄 알았었는데. 당신이 언제 이런 재주를 배웠소? 십년동안 주방주를 맡은 나는 발벗고도 못따르겠는걸..”남편의 칭찬에 온 낯에 해살이 찬연한 안해가 대답했다.

 “나는 자기가 평생 주방과 담쌓고 살가봐 신혼 때 자기가 주방일을 자청하자 선선히 동의했지요. 근데 안해로서 주방일을 몰라서야 되겠어요? 그래서 한가할 땐 료리책을 보고 자기가 안오는 날은 실습하며  료리법을 조금씩 익혔지요. 이제는 우리 성실이가 중학생이라 등하교배동도 필요없어 홀가분하네요. 당신이 10여년동안 주방일에 수고가 많았는데 이제부텀 제가 맡겠어요. 당신은 회사일만 잘하면 돼요.  저 가무분공일람표도 할 일 다했는데 이제부턴 서재에서 살라 하자요.”

 “당신 그말 참 고맙구려. 집안 일을 당신이 전담하면 부담이 너무 크고 가무일람표의 정년도 시기상조라 우리 둘의 갑, 을 위칠 바꾸면 어떨가?”

 “좋아요. 성실이의 수학보도는 리공과 출신인 갑의 몫, 어문, 영어는 외대출신 을의 몫, 재밌다. 호호호호호호....”  

  사막에서 맞이한 은방울소리...

 “하하하하하하...” 산곡에서 달려나온 시내물소리...

  웃음풍년에 창문밖 백양나무우의 참새도 덩달아 좋다고 짹짹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