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벽
发布时间:21-01-27 10:32  发布人:金卓    关键词:   

 

 

   (연태) 김영수

 

벽에 기대며

삶의 한 부분을 이루었다

벽을 마주보며 삶이 되진

못했다

면벽 정좌 하얀 벽이

삶의 방향을 돌려 주었다

히말라야 보다 높은 내 안의 벽들이

아찔했다

나를 향해

얼마나 애절하게 소리쳤는지 모른다

못들은 척, 아니 들으려조차 안 했다

벽 속에 갇힌   

창백한 장미가

찬 겨울 속에 누워

거울을 껴안고 울다가 흘린

박제 잎들이 수북하다

삶을 부지런히 살았지만

단단한 벽이 되였다

정체를 의심해 본 적 없었다

기대여있는 시간들이 많은 것 같다

계절이 병들고 가을을 지날 쯤

장미넝쿨이 벽을 타고 넘어와 나의 손을 잡지 않으면

손을 거쳐 하늘을 향해 서성이지 않으면 말이다

서역을 넘어온 달마가

벽이 되여 열반에 든 사실을

내게 알려주지 않으면 말이다.

 

 

가을1

 

가을 빛새들이 긴 날개를 출렁인다

락엽을 비오듯 맞으며

석류를 주었다

후미진 골몰길을 걸어나온

가을이 나에게 내민

검붉은 심장을

한입 덥석 깨물었다

산화된 껍질 속

불타올랐던 뾰족한 것들이 서늘한 피를 흘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인내하던 한철 갈증을

자지러지게 풀고

청자빛 촉감의 목을 길게 빼

빛새들이 우는 초원의 하늘을

튼튼한 사슴처럼 그리워하였다.

 

 

가을2

 

가을 바람이 불었다

노릇한 락엽들이

새떼가 되여 날아들었다

한 모퉁이에서 점잖은 빼던 젊음이

련못의 잉어처럼 살아 팔딱이였다

무성한 해빛투성이들이

조카아이들처럼

골목길을 뛰쳐갈 즈음

눈빛이 가을 코스모스 피듯이

자지러지게 피여날 즈음

땅에서 다시 박차 날아오른 새들

벌레가 먹기 시작한 저 푸른 잎새들이

열매를 등에 업고

아직 나무우에 매달려 있었다

사이 하늘로 화살처럼 가르며

먹구름 따먹고 흘러가는

가슴 야윈 기러기들의 울음소리 들렸다

거칠 것 없는 대지의 강건한 땅우로

뿔 하나 달고 달려가는 늙은 서우들이 보이고

조금은 지친 치타의 늘씬한 달리기도 보였다.

 

 

고원의 독수리

 

적막한 고원의 하늘에서

폭풍을 안고 춤을 췄다

독사의 무리와

죄 지은 자의 사체를 포식하고

령롱한 소리로

그들의 령혼을

쪽빛 하늘에 쏘아올렸다

 

‘승무’의 춤으로 호수에 날아들어

푸른 눈길로 제 그림자를 바라보며

짐짓 두 날개를 위로하는 고독이

슬픔도 기쁨도 아니다

 

산과 계곡을 넘어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매화꽃이 비명을 질러

지천으로 불이 붙는다

티끌을 떨쳐버리고

칼날같은 날개를 쭉 펴

가파른 산을 향해

해살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강

 

수척해진 겨울강이

어둠을 지나서

몸을 뒤척이였다

겨울강을 건너가던

별들이 은하를 만든다

물고기들이 눈을 떴고

겨울강은 밤을 세웠다

물고기 눈빛을 한 별들이

밤의 령을 넘어 추방된 계절을 불러오면

계절을 노아의 방주에 싣고 역류하던 은하가

부끄러운 자들의 가슴 우로

오로라의 닻을 내린다

계절이 돌아올 쯤

물고기들은 한 여름의 광장에서

어떤 삶을 꿈꾸고 있을까

긴 홍수로 한철 범람했던

겨울강의 야윈 몸을

별들이 뜬눈으로 지켜섰다.

 

 

 

나이 들어

아버지 얼굴을 한

돈만큼은 철저하신

아버지의 삶을 닮은 형을 보면서

저렇게는 린색하게 안산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찬바람 몰고 오는

아버지의 삶을 닮은 형을 보면서

저렇게는 지치게 안산다고

마누라에게 타박 듣고

언제부턴가 가만히 웃고 계시는

두 녀인사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아버지의 삶을 닮은 형을 보면서

저렇게는 나약하게 안산다고

저런 삶은 아니라고 했지만   

형의 모습을 한 아버지 세월이

새벽 유리창으로 새여들면서

평형을 잡고 안간힘 다해

먹이 찾아 떠나는

까칠한 어미새가 마음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겨울 가로수

 

가로수들이

도심을 지나간다

겨울은 추웠다

혹자는 링거주사기를 꽂고

쓰러지는 자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도 했다

더러는 실면한 가로등에 의지해 온기를 얻기도

창백한 건물뒤에 숨어 바람을 피하기도 했다

얼마나 추웠는지 광장에서 달리기도 했다

큰눈이 내리면 한밤중 외마디 소리가 들렸다

손들을 툭 꺽이우지만 잘린 손목은

갈 길을 가리켰다

그들은 마주 보고 걸어갔다

길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였다

칼 바람이 뚫고 지나는

머리를 기대고 휘청이며 걸어갔다

가는 호흡의 끈을 부여잡고

새들의 발목을 잡고 울기도 하면서

몇장 안되는 말라빠진 여름날의 손수건을

꺼내 흔들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겨울은 말 못하게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