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살장에서(외4수)
发布时间:21-01-27 10:26  发布人:金卓    关键词:   

 

도살장에서(외4수)

 

(할빈)리호원

 

귀청을 허비는 마지막 외마디

나의 가슴을 전율케 한다

금수로 태여난 숙명때문에

仪式없는 피살의 유산을 상속하는걸까

 

짐승의 눈동자를 마주한 나의 구두

비명속에 유난히 반들거린다

 

음매-엄-마

 

누구도 느끼지 못할 들뜬 목소리로

누렁이의 죽음을 시물레이션해본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잠식하는 동안

나의 시망막에 무엇이 그려졌을까

 

명분없는 명분으로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얼룩진 내 눈망울에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서탑

서탑에 가면

괜시리 밀입국을 한 심정이다

 

배짱좋게 부둥켜있는 ㄱㄴㄷㄹ들

얼싸 안고 춤을 추는 색동쪼각들

 

구수한 랭면발처럼 꼬인 평안도 사투리

두리번거리는 이방인의 행동이 사뭇 어색하다

서탑에 가면

괜시리 기분을 도적맞힌 심정이다

 

오손도손 이바구하는 장독어르신들

올망졸망 매여달린 민들레아기들

 

누르하치도 막걸리는 마셔보았을까

서탑은 왜 하필 나보다 흰 옷을 입고 있는지

 

 

독백(3)

 

나는 자신의 방식대로 죽을 때만이

간교한 삶의 방법과 방식을 구축한다

 

전력 질주하는 죽음의 터널에서

본능은 속도의 존재가치를 터득하고 있다

 

전염병같은 리성과 박제된 감성

구제불능의 탐닉에 히스테리적인 사상

 

나는 나의 방식대로 매장될 때만이

모든 령적인 소설의 집필을 시작한다

 

 

일그러진 대포

 

상대가 있으면 싱겁지 않는데

과녁이 없는 그는 외롭고 차갑다

 

어느 화가를 대신해

국경을 잉태했던 자궁

 

색바랜 력사는 숨을 줄 모르는데

위용을 잃은 쇠붙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도미노

 

화려한 탈을 쓰고

항상 넘어져야 했지

주어진 타이밍에 맞추어

메뉴얼대로 무너져야 하지

엄숙하고 지루한 시간의 건널목에서

언제던 깍듯이 죽어야만 하지

우리의 도미노 작동타이밍은 언젠가 작동하겠지

깍듯이 깔끔히 완전히 죽는 련습해야겠지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 동시에 실행될 수 있겠는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