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락엽이 날리는 언덕에서(외3수)
发布时间:21-01-27 10:17  发布人:金卓    关键词:   

 

락엽이 날리는 언덕에서(외3수)

 

(훈춘) 김동진

 

락엽이 날리는 언덕에서

해거름 황혼빛을 싣고 가는

늦가을 달구지소리를 들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망각하고

바람에 날리는 흰 머리카락으로

젊은 날의 배짱을 흉내낸다는 건

동네방네를 웃길 일이지요

 

세상은 아직

금싸락 같은 하루하루를 가두어둘

판도라의 상자를 만들지 못했으니

흘러간 청춘은 찾을 길이 없네요

 

소털 같이 많은 날이라고

마구 탕진한 아까운 시간이

젊음을 데리고 멀리 사라진 오늘

 

무대에 올라 목이 터지라고

“내 청춘을 돌려다오”를 애원하는

나라급 트로트가수를 보느라면

잃고나서야 아까운 줄 아는

나처럼 조금은 모자라는 인간이

나 하나 뿐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가을강

 

여름날의 땀동이를 식히느라

조석으로 시린 소리를 냅니다

 

높이 들린 하늘도 눈이 부시게

말쑥한 거울을 안고 갑니다

 

단풍잎 쪽배에 추억을 실어

계절의 산굽이를 돌아갑니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공자님 말씀이 들려옵니다

 

 

바다는 벌거숭이가 아니다

 

해빛이 쨍하고

바람이 고요하면

바다는 은빛 갑옷을 입고

손길이 고운 바람이 불면

잔잔한 물결무늬의 옷을 입고

미친 바람이 갈개는 날이면

화난 파도무늬의 옷을 입는다

밤이면 검은색 잠옷을 입고

낮이면 물빛 나들이옷을 입고

조석으로 옷을 갈아입는 바다

바다는 옷이 많다

바다는 벌거숭이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

 

이 세상에 무서운 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땅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늘의 가슴에 삿대질을 하면

광풍이라는 미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칠흑 같은 먹장구름 비틀어짜면

폭우라고 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바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잠든 불룡의 코수염을 잡아당기면

쓰나미라는 물귀신이 달려나온다

 

인간이여,

그래도 방종과 오만을

한사코 버리지 않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