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정문일침
发布时间:21-01-27 10:13  发布人:金卓    关键词:   

수필

정문일침

    (할빈) 한영남

  정문일침(??一?) 즉 정수리 정(?), 문 문(?), 한 일(一), 침 침(?) 해서 정수리에 침 하나를 꽂는다는 말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나 급소에 충격을 주어 어드바이스를 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수리에 침을 꽂는 것은 침구술에서 뇌문(??) 즉 정수리로부터 내려가는 침을 놓는다고 하여 정침(??), 정문침(???)이라고도 한다.

  정수리는 사람 몸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위로 사물의 꼭지점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 긴요한 부분을 찌른다는 것은 상대방더러 정신을 차리고 과오를 깨우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정수리에 침을 맞아야 할 지경으로 병이 깊어진 사람이므로 침이 아니라 독약이라도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마다할 환자가 어디 있으랴만 실생활에서는 진짜 몸에 든 병이 아니라면 그걸 달가워할 사람이 몇 안되는 것도 우리들의 살아가는 진실한 모습이라는 서글픈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침을 맞아야 할 정도로 잘못이 깊어진 사람이 리더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런 사람들은 모름지기 리더의 자리를 내놓고 어디 조용한 곳을 찾아 은둔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련만 사람의 욕심이 워낙 공짜라면 서슬도 큰 사발로 요구하는 것이고보면 인간의 요사함과 간사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옛날부터 충언을 잘 받아들이는 왕은 태평성세를 누릴 수 있었으되 충신을 멀리하고 아첨을 일삼는 간신들만 가까이한 왕치고 왕의 자리를 오래 지탱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력사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어디 왕뿐이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주변사람들의 충고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일 것인데 그것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경우 역시 다반사이므로 우리가 여직 요모양 요꼴로 살아들 가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는 되여주지 않는 모양새들이다.

  어느 회사에 그런 리더가 있었다. 모든 일을 혼자 다 끌어안고 심지어 회사에서 걸레 하나 사는 것까지 친히 결재를 해야 시름을 놓는 그 위인은 그러다보니 건강만 나빠져서 간암말기진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옆에서 보다못한 사람들이 이제 다 내려놓고 그냥 병치료나 잘해서 건강 좀 챙기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주었다. 그러나 자기한테 해주는 그런 충고가 좋은 보약임을 알리가 없는 그 어르신은, 거퍼 5년도 안되는 사이에 30명 남짓한 직원을 가진 회사에서 80명 직원을 갈아댄 그 어르신은 끝까지 고귀한 고개를 숙일 줄 몰랐다. 결국 그는 충신들마저 하나 둘 다 떠나버리고 홀로 쓸쓸히 남아서 버럭버럭 화만 내는 이상한 화약통이 되고 말았다.

  이런 리더는 내남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한 리더가 아니다.

  리더뿐만 아니다.

  우리 문인들 역시 이 정문일침을 잘 받아들여야 더 큰 발전이 있음은 명약관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떤 문인은 자기의 글은 토씨 하나마저 절대 고쳐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그루박아 말한다. 과연 수개의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 그 여부는 잠시 차치하고 쓰는 글마다 편편주옥으로 어느 하나라도 번역해서 보내면 당장 노벨상을 받을 것처럼 착각을 해도 사실 노벨상을 받은 작품들도 허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다들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절대절대절대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한다. 분명 철자가 틀린 것이 그렇게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말이다.

  어처구니의 극치이다.

  춘추필법(春秋?法)이나 촌철살인(寸??人)은 그걸 듣는 사람의 립장에서 보면 꽤 견디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곪은 상처를 도려내지 않고 그대로 예쁘게 포장만 해서야 어디 될 말인가.

  허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해주는 그대로 전부 사고도 거치지 않고 깡그리 받아들이는 해면 같은 물렁팥죽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감성적이 아닌 리성적인 판단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정문일침을 받아들여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만 한다면 그것이 설령 고황에 든 병이라 한들 그게 그리 어려울가.

  11월의 초입에 서서 가을과 겨울이 바뀌는 이 환절기에 정문일침을 되새기며 다사다난한 경자년 마무리를 잘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