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작은 목소리가 천둥소리를 이길 때
发布时间:20-09-21 09:00  发布人:金卓    关键词:   

촌평

작은 목소리가 천둥소리를 이길 때

          (할빈)한영남

  여름소낙비가 사정없이 창문을 두드려도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스레 울어도 도무지 깨날 줄 모르던 애기엄마가 아이의 가느다란 울음소리에도 신기하게 깨나는 경우를 우리는 가끔 보게 된다.

  또 그토록 우람찬 폭포소리는 들을 때뿐이고 쉽게 잊혀지지만 가을밤 귀속을 파고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낮고 작은 목소리가 때로는 천둥소리를 이길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다.

  오늘 우리는 지난해 발족된 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사무총장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류춘옥시인의 시들을 만나게 된다. 류시인이야말로 생활속 인정세태를 파헤쳐 예술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이 시대의 한 모퉁이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삶의 푸른 찬가를 부를 줄 아는 시인이다.

  <민들레>를 노래한 시인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민들레를 어머니에 비유한 시인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류시인처럼 민들레이자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도록 민들레의 삶에서 어머니의 일생을 환원해낸 시인은 일찍 없었다. 노란 꽃을 떠인 민들레를 보며 어머니의 누렇게 뜬 얼굴(그 리유는 시에서 설명이 불가하므로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을 떠올리고 민들레의 하얀 씨앗에서 로모의 백발을 떠올리며 민들레의 몸통속에 있는 하얀 즙에서 어머니의 젖을 견인해낸 솜씨가 례사롭지 않다. 사물을 노래하되 그속에서 인간의 의미를 반추해내는 여기에 시인의 참모습이 깃들어있는 것이리라.

  <밥 그리고 풀>은 재치만점의 시이다. 밥과 풀은 공동 카테고리가 거의 없어보이는 두 사물이다. 그러나 시인은 밥처럼 소중하게 여기다가도 잡초(풀)처럼 함부로 내동댕이치는 인간들의 치사함과 잡초취급을 하다가 필요시에는 180도로 변해가지고 보배로 여기는 인간들의 간사함에 침을 뱉고 있다. 시어조직에서도 1련에서 등장하는 <밥풀>과 2련에서 등장하는 <보풀>이 묘한 대구를 이루면서 시적 형상성에 기여하고 있다.

  <엄마의 잔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시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어릴 때부터 맨날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그 잔소리가 그리워질 때 둘러보면 어머니는 이미 하늘나라에 가셨거나 잔소리마저 하실 수 없는 몸이 되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어머니의 그런 그리운 잔소리를 추억의 자장가처럼 떠올리면서 이제 <잔소리 한마디로만 남은/울 엄마>를 소리죽여 불러보고 있다. 그 아픈 마음 그 안타까운 마음이 만져질 듯 헤아려진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자잘한 일상에서 시적 발견을 하고 그것을 다시 예술화함에 있어서 꾸준한 노력을 해왔을 류시인의 땀방울들이 밤하늘 별처럼 스칠듯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