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향의 꽃(외 4수)
发布时间:20-09-14 09:54  发布人:金卓    关键词:   

시.

 

고향의 꽃(외 4수)

      (연길) 방순애

 

어느 사이 눈이 거기에 멈췄는가

뜨거운 빨간 입술이 빛나고 있다

 

진한 향기로 코를 짜릿하게 하여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을 울린다

 

빛은 녹아서 강물에 흘러내린다

고향에서 기다림을 끌어들인 힘

 

시간의 자락 앞에 조용히 홀로 서

햇빛줄다리기줄에 어깨 겨룬다

 

진달래꽃 종지로 타오르고 있다

웃는 소리에도 밝은 기운 솟는다

 

 

소곡 

  

숲은 달린다

밝은 록을 쓰고 간다

 

시간의 강은

징검다리를 놓으며

눈동자의 소리를 음표로 적는다

 

고단한 려정

먹빛에 뿌리 감추고

세상의 모서리에 베이며 눈 뜬다

 

몸을 포갠다

소통을 놓친 문자들

바람들이 시간을 밟고 간 자리에

푸른 바람의 언어가 산맥 넘는다

 

현이 떨린다

굴곡의 선을 그린다

파도치는 풀잎이 몰려오고 있다

 

 

찻잔 

  

창 밖을 내려다 본다

 

네온의 불빛

꽃인가 강물인가

반짝거리는 물결이 도시의 정글

 

밝은 달은 홀로 사색을 검색한다

백지에 굶주린 필을 들고 늘어진

한가닥 뜻에 매달려

새 벼랑을 건네뛴다

 

푸른 삶이란

컵에서 흐르는 선률

그 선률 바싹 마른 내 목을 적신다

 

물 흔적은 움직인다

물의 등에서

물의 이마에서

물의 날개에서

거룩한 흔적을 꼬리에 달고 있다

 

 

멀리 서 있는 너

 

멀리 서 있어

더 아름답고 슬프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가슴이

더 짜릿하다

 

빛과 어둠이 스며든

지평선과 수평선에서

지성과 감성이 파렬된 광기이다

 

누군가의 빛

가슴 속 바람 일어도

침묵으로 말하는 꽃이 되여 본다

 

눈물을 퇴적한 리별

하늘의 등에 업혀 있는 빨간 추억

 

맑은 령혼의

울림통에서 울리는

노오란 소리가 호수가에 퍼진다

 

 

민들레

 

봄부리 사이

샛노란 꽃망울 핀다

궂은 날 밀고 올라 느낌표 찍는다

 

찢어진 지층 틈새에

파랗게 물오른 숨결 새근거린다

 

연한 햇빛에

수분의 젖을 물리며

이파리마다 내리는 오붓한 평화

 

창백한 겨울

소리없이 흩어지고

잠 깬 모자는 웃음 날리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