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发布时间:20-09-14 09:38  发布人:金卓    关键词:   

수필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청도)김영분

  갓 회사에 입사해서 출근을 할 때의 일이다. 깐깐한 한국상사가 있었는데 자주 하는 말이 한마디 있었다. 즉 사람은 속임수를 써도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이 말을 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훈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사는 꽤나 잰틀한 사람이라 함부로 목청을 높이거나 인상을 쓰지 않았다. 언제나 유유하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였다. 통역을 하는 내가 싱거울 정도로 말을 아꼈다.

  회사는 체인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밤과 낮을 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재료가 동으로 되였는지라 한덩이만 해도 꽤나 값이 나갔다. 낮시간에는 직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쉴새없이 절구처럼 아래 우로 찧고 빻고 하는 기계를 지키고 있어 그나마 합격한 제품수량이 원재료 중량에 버금갔다. 그러나 저녁교대시간의 생산일보에는 똑같은 원재료가 투입되였지만 합격품이 아주 적게 나오는 대형사고가 가끔 있었다.

  생산회사는 원재료를 아끼고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능사인만큼 상사도 생산량에 무지 신경을 썼다. 저녁교대시간에는 왈랑절랑하는 기계소리가 온 공장을 메우지만 몇사람만이 기계를 돌보고 있어 한산하고 괴괴한 정적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지루하다고 하품을 서너번 하면 자장가로 들려 제법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로련한 기계사들을 붙여 웬만한 기계고장은 혼자 처리할 수 있게 세팅이 되여 졸거나 딴청을 피우지 않는다면 생산량은 낮근무시간보다 적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저녁 생산일보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다. 상사가 퇴근하는 몇을 불러 경유를 밝히라고 하면  급한 김에 기계탓을 하는 기계사들이 많았다.

  “5번 기계가 작동을 멈춰서 고칠 수가 없었어요.”

  “8번은 낮근무시간에 어떻게 설정이 됐는지 불량품만 잔뜩 나왔어요.”

  통역을 맡은 내가 진지하게 리유를 설명하면 상사는 언제나 짧게 한마디 하였다.

 “사람은 속임수를 써도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리고는 화를 내는 대신 직원 몇을 거느리고 현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불량품 수거를 하고 체인무늬를 분석하고 차분히 기계를 점검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어느 기계에서 원재료가 적게 투입되였는지 불량품을 실없이 뽑아냈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있었다.

  몇번 같이 수사 아닌 수사를 해보니 답이 나왔다. 저녁 근무를 할 때 졸고 있었던 것이다. 원재료가 거의 떨어질 즈음에 새로 동선을 걸어줘야 하는데 졸면서 그 타이밍을 놓치면 기계가 혼자 절커덕절커덕 공회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에는 생산량만 봐도 얼마나 오래 졸았는지 눈짐작으로 견적이 나왔다.

  몇번 기계탓을 해보고 나니 직원들도 너무 새빨간 거짓말을 하기가 싱거운지 그 후로는 변명보다는 솔직하게 반성을 하고 징계를 받았다. 그러면서 기계가 아닌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창피해서 진지하게 저녁근무시간을 임하기 시작했다.

  나도 사무실 행정일을 보면서 몇번 거짓말을 했었다.

  갓 사회에 나오다보니 처음으로 접하는 일이 많았다. 십여년 전이라 전산이 아닌 수동으로 회계업무를 많이 보던 때였다. 수표를 써서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다가 글씨 하나 잘못 써서 헛탕을 하게 되였다. 다시 회사에 돌아와서 새로운 수표를 받아가려니 순순히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은행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오후에 다시 오라 한다고 거짓말로 둘러댔다.

  또 한번은 세무국에 도장 찍으러 갔는데 서류 하나를 빼먹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이실직고할 용기가 나지 않아 또 세무국에 담당과장이 회의 중이라 래일 오라고 한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후에는 이런 버릇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왜냐면 그런 일이 있은 날이면 상사가 현장통역으로 일부러 나를 불렀다. 그리고 현장생산을 훈계할 때 특별히 그 한마디를 강조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기계는 정직하다.”

  나를 훈계한 것도 아닌데 여러번 통역을 하다보니 은근히 내 속이 찔리기 시작했다. 거짓말은 아이들이 자주한다. 잘못을 승인하면 벌을 받을가봐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새빨갛게 하는 것이다. 어려서 잘못을 그대로 받아주는 너그러운 부모 밑에서 컸다면 어른이 돼서도 잘못을 순순히 승인하고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는데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훈계를 일삼는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다행히 사회초년생으로 지낼 무렵 한국상사의 그 한마디로 인해 나는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가 있었다. 여러번 기계정직론의 통역을 담당함으로써 거짓말은 언제든지 들통이 나고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제안을 받아들이고 시정해 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다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 어떻게 자로 잰 것 처럼 정확할 수가 있겠는가. 또 누구나 다 잘못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닐가. 이럴 때 어른이 어떻게 받아주고 이끌어주느냐가 자못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힘을 주고 받기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일을 하다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상사가 기계의 정직함을 유유히 내세우지 않고 직원들을 혼내고 목청을 높이는데만 급급했다면 기계사와 나는 아마 더 오랜 시간 거짓말로 실수의 구멍을 땜질하려 했을 것이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를 강조하면서 사람이 정직하지 않을 때가 많지 않을가 라는 커다란 의문의 뭉치를 던져주고 오랜 시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상사가 있어 문제를 직시하고 제대로 시정할 용기를 가졌던 것이다.

  봄바람은 꽃을 피게 하고 꽃은 바람에 향기를 얹어준다. 짧은 말 한마다, 작은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을 개변시킬 수도 있다.

  지금 이 말은 내가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되였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변명을 하려다가 참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일을 고쳐서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의 지난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