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을 찾아가는 길(외1수)
发布时间:20-05-11 10:41  发布人:金卓    关键词:   

 

 

봄을 찾아가는 (외1수)

 

     (훈춘) 김동진

 

얼음의 뿌리에서 자라난

겨울이라는 덩치 조각상이

휘몰아치는 삭풍의 손을 잡고

백설이 덮힌 령을 넘어간다

 

흘러가는 계절의 강물에

젊은 날의 푸른 실어보내고

초라와 궁핍으로 얼룩진 한몸이

하늘이 보내준 하얀 망토를 썼다

 

투명한 사슬에 묶인

걸어가는 숨소리는 거칠고

옮겨놓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전혀 후회와 비탄을 모른다

 

얼음의 뿌리에서 자라났다고

설레고 싶은 마음조차 없겠는가

얼음처럼 차가운 가슴이라고

봄바람이 그리운 모르겠는가

 

한몸이 얼어터지면서도

사랑노래 한수 꼬옥 껴안고

고드름지팽이를 짚고서

봄을 찾아가는 겨울의 험한 길은

해빙의 대안을 향하였기에

전혀 비속하거나 비굴하지 않다

 

 

 

스스로 바쁠 때가 왔수다

 

 

일년지계재어춘이라 했으니

봄을 맞는 몸과 마음

스스로 바쁠 때가 왔수다

 

간밤 보슬비에

함초록이 젖은 겨울나무는

파아란 바느실 꺼내들고

봄나들이 새옷을 지어야 하고

 

남산 바위굽 진달래는

꽃샘바람 불어오는 길목에서

사랑의 모닥불을 지펴야 하구요

 

해살 고운 양지쪽

울담 밑에 모록히 모여앉아

남쪽하늘 바라보는 제비꽃은

강남제비 돌아올 날자를 꼽아보며

연자주빛 꽃망울을 빚어야지요

 

해빙의 자연이 이러한데

사람만 편히 지낼 없지유

푸른 삶의 노래를 짓기 위하여

살아있는 목숨에 발동을 걸어

스스로 바삐 보내야 하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