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게, 그러나 품위있게
작성자: lnsm004 날자: 2017-06-20 10:16:30 조회: 66


리련화

지난해 년말, 제4회 김학철문학상 시상식이 연변대학의 모 회의실에서 열린다는 통지를 받고 할일이 많았지만 미뤄두고 행사에 참가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한편 문단의 익숙한 작가선생님들한테 인사를 하고나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연변대학의 자그마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시상식에는 호텔 회의실의 푹신한 융단도, 피부를 부드럽게 비춰주는 우아한 조명도 없었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손을 잡으며 건네는 인사말에서 자그마한 칸에 오고가는 정이 꽉 차있음을 느꼈다.


김학철문학상은 연변작가협회가 주최하고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상으로 우리 민족 문학의 거목 김학철선생의 불굴의 문학정신과 혁명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7년에 세워진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김학철 탄생 100돐이 되는 해로 그 의의가 남달랐다.


회의는 오후 한시반쯤 시작됐다. 아마 반나절은 걸릴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회의는 한시간여만에 끝났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행사였다.


연변작가협회측의 축사와 심사위원의 수상자 발표 및 수상경위보고, 그리고 시상에 이어 김학철선생의 아들 김해양씨가 유가족 대표가 답례사를 진행한것이 전부였다.


여직 행사에 참가하면 그 자리에 찾아온 래빈들마다 축사를 하고, 또 주최측에서 일일이 답례사를 하는것을 관례로 진행됐던 회의문화때문에 질릴때도 많았다. 언변이 화려해서 청중을 휘여잡거나, 또는 참신한 정보를 얘기하지 않는 한 강화자가 건가래를 떼면서 거의 비슷한 내용, 뻔한 스토리를 시작하면 실례지만 첫마디 뒤로는 거의 듣지도 않았다. 행사가 끝나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회의장에 펄쩍하니 앉아있어야 하는 신세가 답답하게 느껴진적도 많았다.


그날 시상식이 짧고 굵게 끝나는 바람에 래빈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림잡아 오후 반나절은 걸릴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자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일어났으니 그럴법도 할것이다. 하지만 래빈들은 곧 주최측의 취지를 알아차리고 “맞소, 이런 풍기가 형성돼야 한다니깐.” 하고 무릎을 쳤다.


그날 회의가 끝나고 내려가면서 장춘에서 수상하러 온 김금희작가를 연길서역으로 가는 길목까지 배웅해줬다. 노루꼬리만한 겨울해가 아직 서산으로 지기전에 고속철도 역으로 향하면서 그녀도 빨리 끝나서 좋다고 되뇌는것이였다.


회의절차를 간소화하고 횡설수설하던 회의분위기를 개선할데 관해서는 중공중앙정치국의 8항 규정에도 명확히 씌여져있다. 그날 주최측인 연변작가협회에서 간결하고 깔끔한 시상식의 선두를 뗀것은 참 박수를 보낼 일이라고 생각된다.


문화부에서는 지난 2015년, 중앙에서 문예상종목에 관한 사업을 개혁할데 관한 정신과 요구에 근거해 문예상을 정돈, 정리하고 60%의 상 종목을 정리해버렸다. 살아남은 상 종목들은 더욱 엄격해지고 더욱 알쭌해졌으며 예술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학철문학상은 우리 문단에서 권위적이고 무게가 있는 문학상이다. 시상식을 검소하게, 간결하게 한다고 해서 결코 그 상의 무게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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